시민사학자들은 희망이다.
도대체 시민사학자가 무엇인가? 시민사학자란 말 그대로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거나 혹은 전공했더라도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전문적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며 자신의 취향이나 아니면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정말 우리의 역사를 제대도 밝혀보고 싶어 우리의 역사, 특히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시민사학자들에게 있어서 우리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한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과거를 기록한 책에 대한 접근성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일단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기본이 성립된다.
하지만 다른 모든 학문과 마찬가지로 연구가 연구에서 끝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집에 금송아지 100마리를 가지고 있어도 당장 굶어 죽을 상황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걸 팔아서 먹고 살 수 있을 때 그 금송아지는 가치가 인정된다. 즉 가치가 인정될 수 있어야 그 금송아지의 존재 자체의 의미가 인정될 수 있다.
연구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나 혼자 연구를 해서 노벨상 100개를 탈만한 실적을 거두었을지라도 그것이 노벨상으로 인정되어야 그 연구 또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쯤에서 저 앞에서 얘기했던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생각난다. 루터 이전에 기독교를 비판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없이 지나갔던 이유는 그들의 생각이 혼자의 생각으로 끝났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나혼자 1+1이 1이라고 외쳐도 소용없다. 다른 사람들이 내 의견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나아가 검증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없는 개인 의견은 그 개인의 헛소리일 뿐이다.
루터는 공유되고 공감되었다. 아니 구체적으로는 루터의 생각이 출판이라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었기 때문에 교회는 그를 파문했던 것이다. 검증은 그 이후에 차차 진행된다. 어떤 것들은 검증되지 않을 수도 있다. 종교 개혁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느님을 믿는 것이 옳은 것인지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종교는 개혁되었다. 즉 검증이란 일단 공유를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진행되어지며 공유가 진행되면 그건 결국 개혁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다. 즉 연구의 마지막은 공유가 된다.
한자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 그들이 볼 수 있는 고서적들에 대한 접근권, 그리고 이렇게 연구된 내용들의 공유. 이 문제들이 해결되면 누구나 시민사학자가 될 수 있다.
우선 한자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각자 해결할 일이다. 여기에서 능력이 딸리면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거나 혹은 흔히 얘기하는 사이비,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도 많다. 불행이다. 우리는 각자의 평가에 의해 이런 사람들을 걸러내고 이런 사람들의 허황된 헛소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책에 대한 접근성은 인터넷으로 시작된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책들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게 개방되었다. 과거 우리 조상이나 중국 일본 혹은 기타 다른 나라들에서 쓰인 책들이 지금은 원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손쉽게 접근해 그 원본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인터넷은 정말 정보의 혁신이다.
연구는 공유를 통해 완성된다. 아무리 뛰어난 연구가 있더라도 그것이 공유되지 않고 한 개인의 얘기로 끝나면 그건 가치 없는 말일 뿐이다. 연구란 공유를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얘기할 수 있다. 마틴 루터가 종교 혁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공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유는 당연히 인터넷을 통해 시작되다. 인터넷은 정말 인류의 혁신이다. 수많은 정보들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웹사이트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찾아 정보를 알려주는 검색 사이트가 존재한다.
이 인터넷 사이트의 단점은 그걸 일일이 찾아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찾는 것은 검색엔진을 통해 찾더라도 그걸 읽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대신 누구도 할 수 없고 반드시 내가 내 눈으로 직접 읽어야만 한다. 이걸 누가 대신 읽어 주거나 한다면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공유가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유튜브이다. 유튜브는 인터넷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물론 최근 들어 또 다른 혁신이 등장해 본격적으로 인간은 인공지능과의 싸움에 돌입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유튜브를 통해 보다 쉽게 내가 생각한 것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아마도 시민사학자들의 활동은 훨씬 더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내가 원하는 내용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근거를 눈으로 제시할 수 있음으로 인해 공유가 매우 손쉬워졌다.
인터넷이 전적으로 시각에 의존한다면 유튜브는 시청각에 의존한다. 그냥 단순히 쓰인 것을 읽는 것과 어떤 대상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것은 그 차원이 다르다. 특히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손쉽게 확인도 가능하고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자료와 청각적인 설명은 정말 인류에게 혁신을 가져다 주었다.
이 혁신과 더불어 등장한 사람들이 시민사학자들이다.
이들은 한자를 읽고 해석할 수 있고 수많은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의 해석을 유튜브를 통해 설명하고 검증 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떤 개인적 역사 연구는 타인들과 공유될 수 있고 그것이 기존 우리 사학계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